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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의 육탄전? 진작에 전자결재 쓰면 되잖아...

D.Dic. 2019. 4. 27. 07:13

정부의 전자정부 홍보자료

이틀 간의 치열한 육탄전 끝에 결국 선거제 개혁과 공수처 설치 안건이 접수되었고 패스트트랙 지정이 완료되었다. 그 과정을 바라보며 제1야당에 분노했고, 긴장풀 새 없이 싸워준 의원과 관계자들에 감사했다. 그러나 분노와 감사보다 더 눈길을 끌었던 건 이번 사태 해결의 단초를 제공했던 "전자결재" 시스템이었다.

 

"헌정 사상 최초의 전자결재를 통한 의안 발의". 이번 사태의 핵심 안건이었던 '공직선거법 일부개정법률안'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안'을 수식하는 말이다. 이 말을 뒤집어 말하자면 지금까지 국회의 입법처리는 모두 오프라인을 통해 이뤄졌다는 이야기다.

 

그럼 지금까지 어떻게 일했냐고? 국회에서 일했던 사람들의 증언을 들어보면 가관이다. 보편적인 공동발의의 경우 의원 또는 보좌진 간에 사전 동의가 이뤄지고 나면, 대표발의하는 의원실의 누군가(보통 막내)가 모든 의원실을 다니며 서명을 받는다. 그 후 국회 사무처에 제출하는 것으로 접수하는 것으로 발의가 끝난다. 그말인즉슨, 열댓명이 동의하는 법안이면 모를까, 당론으로 정해져서 백여명이 동의한다면 백여개의 의원실을 다 뛰어다녀야 한단 얘기다. 21세기에 이런 원시적인 방법이 가당키나 하나. 정부는 십수년 전부터 전자정부로 일해온 반면, 국회는 십수년동안 무식하게 발로 뛰며 일을 처리해 온 것이다.

 

왜 이랬을까 원인을 따지자면 무엇보다 명백한 건 입법자인 의원들이 디테일에 무관심했고 고지식했기 때문이라고 본다. 의원들이 조금만 관심을 가졌어도 이런 일 처리가 얼마나 비효율적인가 느꼈을 것이다. 그들이 조금 더 수용적이었다면 바꾸자 얘기하고 바꿔내었을 것이다. 그렇지 못했기에 누군가는 의원회관을 오르내리며 뛰어야했고 누군가는 하나하나 전화를 돌려야만 했다.

 

별 일 아닌 것 같지만, 이런 면에서 국회가 얼마나 늙었는가를 새삼 느낄 수 있다. 그리고, 노후한 국회는 국정 운영의 병폐로 작동할 수 밖에 없다. 국회가 동적으로 움직이며 정적인 정부와 그 이상의 사법부를 견제해야하는데 되려 더 고지식하게 움직인다면 나라가 제대로 돌아가겠냐고...

 

아쉽지만 시대를 따라가지 못하는 정치인들이라면 자리를 내려놓아야 하고, 국회는 더욱 젊어져야 한다. 더 이상 국회의원을 부르는 별명이 '영감'이 아닐 수 있도록 바뀌어야 할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