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글쓰기

재난. 먼저 인식을 바꿔야 할 때

D.Dic. 2018. 9. 2. 13:49
  최근 일부 언론이 태풍에 대한 정부의 대응을 호들갑이라 말한다재난에 대한 피해가 없었음에도 정부가 과잉대응했다는 이유이다이 이야기를 보며 대학 수업의 내용이 떠올랐다.

   미국의 재난 정책에 대해 배운 적이 있다그 중 하나가, 재난 정책의 사이클이었다Mitigation – Preparation – Response – Recovery, 우리 말로는 완화 대비 대응 복구라고 한다미국만 쓰는 것이 아니라 우리나라도 이 사이클을 가져와 쓴다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에는 제4장부터 제7장까지, 예방 대비 대응 복구 순으로 명시되어 있다.

   틀린그림찾기처럼, 차이를 찾아보자완화와 예방. Mitigation을 번역하며 우리는 미국과 달랐다미국은 재난을 완화하고, 우리는 재난을 예방한다이 때 교수님의 한마디가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재난에는 백신이 없다.” 재난은 막을 수 있는 것이 아니란 뜻이다.

   우리 모두가 알 듯 재난은 병처럼 예방접종으로 막을 수 없다언제 어디서 어떻게 왜 생기는지는 일단 일어나봐야 안다그런데도 우리는 예방이란 단어로 번역했다. 인식의 차이일 테다이 미묘한 단어의 차이가 정신에 영향을 주었다사람들의 재난 대처에 대한 인식이 나뉜 것이다.

   이 주장이 비약일 수도 있겠다하지만 학자들이 일컫듯 단어는 정신적인 힘을 가진다재난이 예방할 수 있는, 막을 수 있는 대상일 때와 그렇지 않을 때에 사람들의 자세도 바뀐다막을 수 있다면 적극적인 대응은 호들갑이 될 수 있지만, 막을 수 없다면 적극적인 대응은 당연한 것이 된다.

   해당 보도를 작성한 언론들은 재난에 대한 적극적 대응을 호들갑로 보았다이들은 정부의 호들갑을 지적했고 적절한 대응을 요구했다재난이 막을 수 있다면 충분히 일리 있을 테지만, 막을 수 없었을 때도 이렇게 말할 수 있을까?   

  재난에 대한 인식을 바꿔야 할 때이다예방완화로 바꾸고, ‘재난은 막을 수 있다에서 재난은 막을 수 없다로 바꿔야 한다이 미묘한 단어 차이를 줄여, 재난에 대한 적극적 대응이 호들갑일 수 없다고 느낄 수 있도록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