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글쓰기

경기도와 기본소득의 미래

D.Dic. 2019. 4. 17. 16:27

경기도가 기본소득 이슈로 참 열심히다. 지자체가 국가적 이슈를 대대적으로 견인한다는 점에서 지방분권 시대로 나아가는데 중요한 표상이 되지 않을까 기대가 된다.

 

경기도의 열활 환영은 여기까지로 하고, 오늘은 경기도의 기본소득 드라이브 과정이 적절한가를 얘기하고 싶다.

 

경기도뿐만 아니라 국내 기본소득 논의는, 다분히 외양적인 모습만 강조되는 경향이다. 최소한의 인간적 삶을 보장하기 위해 국민 모두에게 일정량의 소득을 제공하는 기본소득. 듣기에는 대단히 좋은 이야기다.

 

그러나 기본소득은 그 이면을 함께 보여줘야 가치가 있다. 우선 기본소득의 시행을 위해선 현행 소득세를 포함한 조세 제도를 대대적으로 강화해야 한다. 정확히 몇 %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평균적으로 40~50%는 넘어갈 건 당연해 보인다. 권리만큼 누군가는 책무를 져야한다는 얘기다. 저세율의 대한민국에서 조세 인상은 결코 쉬운 결론은 아닐 것이며, 좋은 점을 부각해 제도 시행의 동력을 얻는다한들 미리 충분히 설명히지 않는다면 극심한 반대가 동반되리라 본다.

 

또한 기본소득의 시행은 그렇게 걷힌 세금 중 복지예산을 모조리 날려버릴 것이다. 모든 사람에게 생활을 위한 일정 금액을 제공한다는 것은 결코 만만한 일이 아니고, 말그대로 천문학적인 비용을 소요한다. 다른 모든 복지를 포기하고 기본소득 시행에 납득할 것인가에 대해 납득시킬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기본소득의 이후 노동으로부터 해방된 인간이 모럴해저드를 겪을 것인가 아닌가는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난제이다. 극단적인 예로 영화 월-E의 한 장면을 보자. 영화 속 인간들은 걷거나 움직이지 않고 기계를 통해 누군가와 소통하며 나태하게 살아긴다. 노동이 가지는 자아실현의 욕구 충족과 동기 부여의 이점을 보았을 때, 모든 것이 제공되는 편리한 사회가 기대하던만큼 인간에게 좋은 사회가 아닐 수 있다는 얘기다.

 

(영화 월-E의 한 장면)

 

결핍은 욕망을 낳고, 욕망은 인간을 살아가게 한다. 공산주의가 실패했던 이유는 (특정인의 과도한 욕망도 있었지만) 개인의 욕망을 충분히 이끌어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기본소득은 인간 생활의 새로운 장을 열어줄 수 있지만 그 뒤가 어떤 모습이 될지는 쉬이 상상할 수 없다. 그렇기에 나아가는 것도 중요하지만 서로가 충분히 논의하고 합의하는 시간이 필요할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