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인문학

내셔널 미니멈.

D.Dic. 2019. 8. 22. 04:40

살면서 한번쯤은 '요람에서 무덤까지'라는 말을 들어봤을테다. 이 명문장은 2차 세계대전 당시, 영국의 학자가 쓴 '베버리지 보고서'에서 볼 수 있다. 학자 베버리지는 자신의 이름을 건 보고서에 인간다운 삶을 위한 사회보장의 꿈을 담았고, 이는 현대 복지의 근간을 이뤘다.

베버리지 보고서에는 저 말말고도 '내셔널 미니멈'이란 단어도 나온다. 베버리지가 처음 꺼낸 이야기는 아니었지만 베버리지는 이 단어를 사회보장의 목표로 세웠다.

그럼 '내셔널 미니멈'이 무엇일까. 내셔널 미니멈이란 국민생활환경 기준의 하나로, 한 나라 전체국민의 생활 복지 상 불가결한 최저수준을 나타내는 지표라고 한다. 즉 그 나라 국민이 인간답게 살아갈 최소한의 생활환경을 뜻한다. 베버리지는 국가가, 사회보장을 통해 국민들에게 내셔널 미니멈을 보장해주어야 한다고 이야기한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나라 국민의 내셔널 미니멈은 무엇일까. 애석하게도 대한민국은 내셔널 미니멈에 대한 충분한 논의가 이뤄지지 않았다. 그나마 내셔널 미니멈이 부분적으로 담긴 논의도 최저임금 결정 과정에서의 최저생계비, 인간다운 삶을 위한 생활임금 정도이다. 포괄적인 관점에서 대한민국 국민들이 살아갈 최소한의 환경에 대해 아직 이야기하지 않고 있다.

앞으로의 복지 정책에서는 이 내셔널 미니멈에 대해 적극적으로 다루었으면 한다. 내셔널 미니멈을 정해야, 중앙 정부가 복지에 투입할 예산이 뚜렷해지고 지방 정부는 그 이상의 기준을 세울 수 있다. 내셔널 미니멈에 대해 이야기할 때여야 우리는, 사회보장과 포퓰리즘 사이에서 중구난방이 된 복지논쟁의 가닥을 정비할 수 있다. 내셔널 미니멈은 이토록 간절한 것이다.

문재인 정부는 '내 삶을 책임지는 국가'를 국정철학으로 내세웠다. 그렇다면 개인의 책임이 아닌 국가의 책임을 뚜렷히 하는 것이 무엇보다 시급할 것이다. 인간다운 삶을 위해 차근차근 나아가기 위해, 이제 내셔널 미니멈을 이야기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