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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법 수업]천주교 여성 신자들이 머리에 쓰는 '미사보'

D.Dic. 2020. 1. 12. 14:01

개인적으로 무신론자에 가깝긴 하지만, 부모님따라 종종 절에도 갔었고 친구따라 교회도 여러번 가봤습니다. 성당은 연이 없어서 그런가 가본 경험이 한 손에 꼽을 정도입니다.

그래도 천주교 미사 장면을 쉽게 상상할 수 있습니다. 신자들은 머리 위에 아무 것도 없는 반면 여성 신자들은 머리에 항상 하얀 천을 쓰고 함께 기도하는 장면이 떠오릅니다. 그때는 그냥 관습인가보다라고 넘겼었지만 최근에 왜 이런 전통이 생겨났는가 알게 되었습니다.

사도 바오로가 고린토인에게 보낸 첫번째 편지를 보면 아래와 같은 내용이 나옵니다.

남자가 기도를 하거나 하느님의 말씀을 받아서 전할 때에 머리에 무엇을 쓰면 그것은 자기 머리, 곧 그리스도를 욕되게 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여자가 기도를 하거나 하느님의 말씀을 받아서 전할 때에 머리에 무엇을 쓰지 않으면 그것은 자기 머리, 곧 자기 남편을 욕되게 하는 것입니다.

요약하자면 그리스도 아래 남성이, 그 아래에 여성이 존재한다는 사고관에 기초해 만들어진 관습이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이러한 남존여비 사상은 그리스도교에 원래 내재된 것이 아니라, 그리스도교가 생겨나고 확산되었던 로마의 사회적 분위기에 근거했다고 하네요.

책에는 서사되어 있지 않지만, 로마의 남존여비 사상은 로마뿐만 아니라 문화적 기원점인 그리스에도 팽배하지 않았나 추측됩니다. 플라톤의 향연을 보면 최고의 사랑을 남성 소년과 남성 청장년 간의 관계로 보았고 여성은 남성의 부속처럼 다루고 있으니깐요.

그렇다고 해서 남존여비가 인근 문화권 전체의 흐름은 아니었나 봅니다. 이 책에서 소개하는 에트루리아의 남녀평등 문화, 대표적으로 부모성 같이 쓰기, 겸상 등의 예시들이 소개되어 있으니깐요. 

여성의 권리가 다시 돌아오기까지 수십세기가 걸렸네요. 최근 사회적으로 비춰지는 남녀갈등들을 봤을 때 당연한것이 당연하게 되기까지가 어렵다는 게 절절히 느껴지는 요즘입니다.